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Enlightenment-깨달음

고향

미주세계일보 채수경 주필의 칼럼중에서 

옛 고(故) 시골 향(鄕), ‘鄕’은 본디 밥상을 마주하고 앉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본뜬 것으로서 ‘함께 밥을 먹다’라는 의미으로 ‘故鄕’은 ‘예전에 함께 밥을 먹던 곳’에 지나지 않는 바, 먹고 살기 힘들거나 현재의 삶이 외롭고 고단할수록 향수에 젖게 된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들은 겪어서 다 안다. 고향을 그리워한 나머지 다시 찾아봤자 예전의 그 고향이 아니라 타향보다도 더 낯선 곳일 수도 있다. 고향무정(故鄕無情), 특히 한국처럼 자고 일어나면 아파트가 들어서고 재개발이 이뤄지는 개발도상국에서의 고향이란 고향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가슴 속 또는 케케묵어 누렇게 바랜 사진첩 속에서나 겨우겨우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을 누구라서 부인하랴. 일찍이 독일 시인 안톤 슈나크도 “어린 시절에 살던 조그만 지방에 많은 세월이 흐른 후에 다시 들렀을 때, 아무도 당신을 아는 이 없고 어릴 적 놀던 자리에는 붉고 거만한 옥사들이 늘어서 있을 때, 당신의 본가이던 집 속에는 알 수 없는 사람의 얼굴이 보일 때, 왕자같이 경이롭던 아카시아 수풀은 베이지고 없을 때, 그 모든 것들이 우리의 마음을 슬프게 한다”고 썼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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